에포케 · 판단중지 CH 04 / ARCHIVE

Note — N-001

적형의 안구 발광

赤型의 眼球 發光

  • 연구노트

적형 개체의 홍채가 상시 붉은 빛을 띠는 현상. 외광이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도 소실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사나 형광과 구별되며, 개체 자체를 광원으로 하는 자발광(自發光)으로 분류된다.

발광의 직접적 원인은 홍채와 맥락막에 침착된 색소체에 있다. 이 색소체는 결정장 분리(結晶場 分離 · Crystal-Field Splitting)를 겪는 금속 중심을 함유하며, 그 바닥 준위와 준안정 준위(準安定 準位 · Metastable Level) 사이 간격이 붉은 광자 한 개의 에너지에 해당한다. 다만 이 전이는 본래 선택 규칙(選擇 規則 · Selection Rule)에 의해 금지된 것으로, 색소체가 물리계에 홀로 놓여 있는 한 발광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발광이 관측되는 것은 해당 개체가 상시적인 마력계 작용점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마력계에서 물리계로 향하는 작용 — 통칭 마법 혹은 마도공학 — 은 물리계 측에서 국소적이고 지속적인 전자기적 섭동으로 현상하며, 이 섭동장이 색소체의 준위를 미세하게 분리·이동시키는 동시에 상태를 혼합하여 금지된 전이의 빗장을 푸는 것으로 설명된다. 작용이 지속되는 한 준안정 준위가 연속적으로 채워지므로, 발광은 일회적 섬광이 아니라 정상 상태(定常 狀態)로 유지된다.

빛깔이 붉음에 고정되는 이유는 작용의 세기에 있다. 통상적인 마력계 작용의 강도는 색소체의 준위 중 가장 낮은 에너지 채널만을 구동할 수 있는 범위에 머물며, 가시 영역에서 최저 에너지에 해당하는 파장이 곧 붉음이다. 따라서 적형의 붉음은 우연한 형질이 아니라, 개체를 통과하는 마력계 작용량의 하한이 물리계에 남기는 필연적 귀결로 이해된다. 드물게 관측되는 파장의 단파장 편이(偏移)는 해당 개체 인근에서 통상 범위를 상회하는 계간(界間) 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지나, 그 해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발광이 오직 안구에서만 관측되는 것은 색소체의 분포와 무관하다. 동일한 색소체는 신체 여타 조직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 방출은 주변 조직에 흡수되어 체외로 새지 않는다. 안구만이 투명 매질로 이루어진 광학적 창을 가지므로, 이 발광이 외부에서 관측 가능한 형태로 드러나는 부위는 눈에 국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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