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ion — F-002-2
收斂計劃
체제는 과학적·이성적 사고를 토대로 인류 전체를 진화시키겠다는 야심 아래, 기존의 여러 국가에 자신의 이념을 전파하고 '계몽'하려 한다. 이 구상이 곧 수렴 계획이다. 그러나 계몽은 명분일 뿐, 실질은 대상국의 기존 체계를 허물고 이를 체제 아래로 편입시키는 데 가깝다.
겉으로 계몽을 표방하는 이상, 체제는 노골적인 침공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보유한 압도적 기술력을 지렛대로 삼아 대상국의 경제를 서서히 잠식한다. 흔한 수순은 이렇다. 먼저 발전, 의료, 교통, 통신 따위의 시설과 기관을 '선의'로 지어 준다. 주민들의 생활이 그 시설에 얹히기 시작하면, 대상국의 경제와 기반 자체가 체제의 기술과 물자에 종속되어 간다. 그리고 의존도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선의로 세워졌던 그 기관들은 체제의 집권기구로 전환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기존 정권은 실권을 잃고 형식만 남거나 스스로 무너지며, 대상국은 별다른 교전 없이 체제의 일부가 된다.
편입이 마무리된 국가는 더 이상 고유의 국호로 불리지 않는다. 체제는 편입지마다 새로운 행정명을 부여하는데, 이는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연구소의 그리스 문자 코드에 일련번호를 붙인 '구역(區域)' 명칭이다. 이를테면 오메가(Ω) 연구소가 맡은 세 번째 편입지는 'Ω-3 구역'으로 표기된다. 옛 국명은 존중받는 '문화'의 이름으로만 남을 뿐, 공적 문서와 행정 전반에서 그 땅은 오직 구역명으로만 다뤄진다.